오호?!
2013년 문화융성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그래도 이 정권이 문화가 중요한 줄은 아는구나. 1기 위원장으로 김동호씨가 내정되었다는 점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1기 24명의 위원 중에는 현재 언론에서 속속 비리의 정황을 보도하고 있는 주요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차은택이 숨어 있다. 나는 오늘에서야 문화융성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서 지난 3년의 문화예술정책이 예술인 전체를 농락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힘 없는 신진 예술가들의 지원금 수백만원을 외면하고 힘 센 예술인에게 권력을 선사한 문/화/융/해/위/원/회.
박근혜정부의 '문화융성'은 검열의 창궐이었다. 문화기관은 전문성과 무관한 친정부 인사의 낙하산 일색으로 채워졌다. 경쟁사회에서 공모(公募)는 거짓 공정성의 전형적인 방식이 되기 십상이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밀실에서 권력의 뜻을 관철하는 알리바이 구실을 한다. 당사자든 국외자든 저항하지 않고 실력이나 운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봉건군주제식 통치술을 구사함으로써 민주공화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권력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생물학적 아버지인 박정희에 대한 비판에 민감했다.
세월호참사가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절망적인 확인을 넘어, 그 국가가 부추겨온 물신과 증오의 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기 부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사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지켜냈어야 할 도덕의 최저선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보호여야 했다. 적어도 보상을 둘러싼 이야기가 유가족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철저하게 차단했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주 오랜만에 '세월호'를 언급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령 폐기 요구에 대한 응답은 없고 인양에 대해서는 연초부터 정부가 말해온 것을 반복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여론을 수렴해 검토'하겠다는 입장 말이다. 순서가 거꾸로다. 인양은 추진되어야 한다. 여론이 문제라면 설득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1주기가 되기 전 인양을 결정하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대해 박대통령은 '글쎄요'라고 답한 셈이다.